러닝가이드

아시아마라톤선수권대회 시상대에 오른 김금옥(빨간 트레이닝복)

북한의 간판 여자마라토너 김금옥(25) 선수가 지난달 24일 홍콩에서 열린 제 14회 아시아마라톤선수권대회에서 2시간 32분 21초로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랜만의 국제무대 승전보를 비중 있게 다뤘으며, 당에서는 2일 귀국한 김 선수를 곽범기 노동당 비서와 리영수 당부장, 리종무 내각 체육상 등이 비행장까지 마중나가는 등 파격적으로 환대했다.

김금옥은 평양체육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 승리의 보고를 드릴 일념으로 심장을 불태우며 달리고 또 달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내각 주최 연회에서는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모든 체육인이 우주를 정복하고 핵시험을 성공시킨 정신과 기백으로 국제경기에서 더 많은 금메달을 쟁취해 원수님의 사랑과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시아마라톤선수권대회, 그런 대회가 있었어?

아마 대다수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이쯤에서 고개를 갸우뚱 했을 것이다. 아시아마라톤선수권대회란 이름이 알 듯 모를 듯해서 말이다. 이 대회는 2000년 이후로 좀처럼 언론에 소개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수 파견을 하지 않고, 대회가 크게 의미 있는 기록을 생산하지도 않아서다.

이 대회는 1988년 일본 오츠에서 처음 시작됐다.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마라톤 종목이 없어서 일종의 보완책으로 만들어졌다. 초기부터 아시아 주요 국가의 국제마라톤대회에 부제처럼 이름을 얹고 아시아 선수들만 따로 시상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우리나라도 1990년 동아마라톤과 1996년 조선일보마라톤이 이 대회를 겸해서 치러진 바 있다.

태생이 이렇다 보니 대중들은 물론 육상 팬들에게도 대회의 존재가 잘 알려지기 어렵고, 아시아 각국의 톱클래스 선수들의 참가를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에는 점차 권위가 퇴색되어 현재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금옥은? 광저우亞게임 동메달… 26분대 기록자

그러나 올해 김금옥의 우승이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다. 시즌 200위권에 들 만한 기록으로 우승했고,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과 경쟁해 종합순위 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금옥을 제외하고 8위까지 아프리카 선수) 과학적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이나 전반적인 훈련여건이 우리보다 부족함을 감안하면 칭찬할 만하다.

김금옥은 1988년생(세계육상경기연맹 프로필 기준)이므로 아직 한창나이인데다가 2007년에 이미 2시간 26분 56초의 개인최고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2시간 27분 06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프기록이 1시간 11분 55초로 스피드도 좋다. 세계 최고수준의 무대에서도 얼마든지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선수다.

Copyrights ⓒ 클럽마라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