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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뉴스
한국 마라톤, 참가자만 있고 시청자는 없는 이유
편집자   등록일 : 2013-08-06 오전 11:36:23


마라톤은 참여스포츠일까, 관전스포츠일까. 마라톤이 전문 선수들의 전유물이었을 때까지는 관전스포츠였으나, 마스터스 러너 집단이 형성된 지금은 참여스포츠인 동시에 관전스포츠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내 마라톤은 관전스포츠로서의 기능이 거의 상실되었다. 뛰는 사람은 엄청나게 늘었는데 보고 응원하는 사람은 죄다 사라진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마라톤 중계도 흥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마라톤 경기가 관중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심각한 문제다. 기록경기인 마라톤은 압도적인 기록을 만들어내는 일류 선수집단이 동호인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동호인 층도 꾸준히 유지가 되고, 관련 산업도 살아남는다. 마라톤을 비롯한 육상종목에 자본이 풍성해진다.

그게 가능하던 시절은 있었다. 손기정, 서윤복, 함기용 등 걸출한 스타들이 활동하던 시절에는 해외 무대에서의 승전보가 신문에만 실려도 국민들은 환호했다. 라디오 중계에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큰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이라도 하면 흥분한 젊은이들이 속옷 바람으로 동네를 뛰어다니곤 했다. 김재룡, 김완기, 황영조 트로이카와 백승도 등이 활약하던 마라톤 전성기에는 실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1984년부터 1998년까지 KBS 육상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양재성 선생은 “마라톤 중계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어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이 나올 때도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한다. 특히 황영조가 1992년 2월 일본 벳부에서 2시간 8분 57초의 한국 최고기록을 작성하고 한달 뒤 김재룡, 김완기가 동반 9분대를 작성하며 마라톤이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 엘리트 마라톤이 홀대받는 데는 스타플레이어 부재가 근본적인 이유임을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대중적 인기 되찾으려면 스타선수 발굴이 급선무

사실 요즘 TV에 나오는 마라톤 중계는 직접 마라톤을 즐기는 동호인이 보기에도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름이라도 아는 선수래야 몇 안 되는데, 그나마도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이름모를 흑인선수들이 초반부터 선두그룹을 차지한다. 승부처가 되는 지점에서 느닷없이 간추린 뉴스와 CF를 방영하는 엽기 중계엔 참고 보던 인내심도 허물어져버린다. 방송사가 시청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기 보다는 중계하기로 계약된 게임을 마지못해 내보낸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유망주들이 경기에 나온다고 광고를 했지만 실제로 뛰지 않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그럼 케이블 채널에서 간혹 방송되는 마스터스 경기는 재미가 있는가? 처음 몇 번은 그랬다. 대회에서 직접 뛸 때는 선두그룹이 휙 지나가는 것만 보다가 중계화면으로 그들의 레이스를 오래 구경할 수 있어 좋았고, 클럽 회원이나 눈에 익은 동호인을 TV 화면으로 본다는 신기함도 좋았다. 그러나 그 정도가 한계다. 요즘은 마스터스 중계를 챙겨보는 이들도 없고 중계를 하지도 않는다.

그럼 마라톤은 관전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걸까? 그렇진 않다. 마라톤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경기장에 관중을 끌어들이기는 어렵지만 예전처럼 중계방송의 인기를 되살릴 수는 있다. 마라톤 중계 자체가 원래 재미없어 안 보는 건 분명 아니다. 지금도 많은 동호인들이 해외 유명 마라톤대회 동영상을 서툰 컴퓨터 실력으로 다운받아 보고 온라인 사이트에서 공유한다. 구간별로 저 나름의 해설을 붙이거나 외신 기사 내용을 붙여 편집해놓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마라톤 특성 이해하는 중계로 진화해야

관건은 눈에 익은 선수가 뛸 것. 그 선수들이 세계적 수준의 레이스를 펼칠 것. 그리고 마라톤이라는 경기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중계진이 중계할 것 등이다. 이봉주 같은 스타 선수가 나타나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계의 기술도 진화해야 한다. 무턱대고 선두그룹만 근접촬영하거나 승부처에서 대회 코스를 항공 촬영하는 등의 터무니없는 연출을 해선 곤란하다.

페이스를 올릴 때는 속도감이 느껴지도록 앵글을 잡아주고 정확한 계측으로 달린 거리와 평균속도를 제대로 알려주면 얼마나 보기 편하고 재밌을까. 선두그룹 모습과 함께 2위 그룹의 추격 상황을 알려주는 멀티 화면이 마련된다면, 선수의 지인을 포착해 그들의 반응을 보여준다면 또 얼마나 재밌을 것인가. 예능 프로의 그저 그런 유머도 그래픽 효과와 자막으로 빵 터지게 하는 게 요즘의 방송 테크닉 아닌가. 마라톤도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고 역동적이게 보여줄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해설자와 캐스터의 입담이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 잘 뛰어주기 바랍니다’만 연발하는 무성의한 해설은 한숨만 나온다. 시청자는 선수의 출신학교와 운동이력, 근황과 성격, 훈련 상황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싶다. 지금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뛰는 선수가 서로 친한 사인지 라이벌인지, 지금 선두그룹에서 박차고 나온 선수에겐 어떤 사연과 버릇이 있는지, 은퇴를 앞두고 우승 사냥에 나선 노장 선수는 겨울 훈련 때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했는지 알고 싶다.

물론 현역 해설자들 고충도 짐작할 만은 하다. 선두그룹에서 살아남는 한국 선수가 없으니 뭘 가지고 중계를 할 건가. 돈 벌려고 참가한 케냐 선수들이 선두그룹에서 우글대는데 무슨 재밌는 멘트가 나올 수 있는가. 국내 선수들은 안 뛸 거면 중계진에게 미리 말이라도 하자. 실제로 뛰고 있는지 파악하느라 초반에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마라톤이 관전스포츠로서 자리를 잡는 데 필요한 조건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방송사들이 마라톤 중계를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주 보지 않으면 관심도 일으킬 수 없다. 물론 전혀 장사가 되지 않는 마라톤 중계를 사명감만 가지고 의무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기초종목 육상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육상계와 상호 협력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 막대한 포상금이나 지원금을 긴급 수혈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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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w6*** 2013-08-07 답글답글
 

역시 아는사람이 있어야 마라톤 중계를 조금이라도 보게 되는데 우리에겐 이젠 그런 선수가 없어요.그래서 경기 결과만 인터넷등으로 찾아보고 말게 되는것 같아요.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선수 어디 없나요?


편집자 2013-08-08 답글답글
 

뭐라고 드릴 답변이 없네요. ㅜㅜ 저도 슬픕니다.


shro1*** 2013-08-22 답글답글
 

맞습니다. 스타 선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타계하신 정봉수감독같은 분이 나와서 빨리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가 좀 이루어져야 할텐데...
돈 많은 기업인 적극 나서면 되는데 ㅉㅉㅉ


편집자 2013-08-31 답글답글
 

이봉주의 후게자로 불렸던 지영준이 부진한 게 가장 아쉽습니다.
다른 젊은 유망주들은 10분 벽도 넘지 못하고 있으니 또한 아쉽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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