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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뉴스
스스로 역사성 갖기를 거부하는 한국의 마라톤
편집자   등록일 : 2014-08-04 오후 11:58:51

   대회 히스토리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는 중앙서울마라톤 홈페이지. 하지만 이런 대회는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 마라톤대회 홈페이지들을 서핑하다 보면, 근사한 디자인에 비해 턱없이 적은 정보가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작 대회요강과 코스도, 기념품, 공지사항 등을 알리고 카드결제 페이지를 붙인 게 전부인데 그런 용도라면 공들여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대신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엔 오픈마켓을 통해 접수를 받는 대회가 하나 둘 눈에 띄고 있는 형편이다.

 

마라톤대회 홈페이지는 1년 중 대회일을 뺀 364일 동안 러너들에게 대회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다. 따라서 당해 대회에 관한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대회의 역사를 차곡차곡 담고 있어야 한다. 역대 대회들의 개최일시와 장소, 기상조건, 참가인원, 입상자, 완주기록은 물론 대회별 이모저모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나 글로 정리된 주요 이슈까지 포함되어야 제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메이저대회’를 제외한 국내의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 중에서 홈페이지에 대회 역사와 기 대회 자료를 제대로 게시하는 곳이 몇이나 될까? 엘리트와 마스터스 대회를 막론하고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대부분은 간단한 연도별 연혁과 스케치 사진을 게시하는 수준에 그친다.


- 히스토리, 기록, 사진자료 등 체계적 관리는 기본
- 스토리텔링 통해서 마라톤의 브랜드 가치 높아져
- 주최 측이 홍보수단 아닌 문화상품으로 생각해야

 

이처럼 대부분의 주최사들이 자기 대회의 역사를 소홀히 취급하는 관행은 국내 마라톤 시장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말로는 ‘복합적 문화·스포츠 콘텐츠’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일회성 야외 이벤트’ 상품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주최사의 대부분은 지자체나 각종 단체 혹은 기업이다. 마라톤으로 뭔가를 홍보하는 게 우선이지 마라톤 자체를 문화상품으로 만들거나 브랜드화하는 게 우선이 아니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주최사는 실제 대회 준비와 진행 업무를 거의 통째로 마라톤 행사 전문업체에 맡긴다. 전문 업체는 주최사 사정에 맞춰 어떻게든 대회를 만들어 준다. 예산 규모와 모객 인원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서 탄력적으로 대회를 설계하는 것이 전문업체의 핵심적인 역할이며, 굳이 나서서 대회의 역사성을 운운할 이유가 없다.

 

결국 주최 측이 바뀌어야 한다. 당장의 홍보효과만 따지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회를 기획해야 한다. 대회의 중심을 잡고 움직일 실무인력 정도는 갖춘 상태에서 마라톤 전문회사와 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회와 관련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홈페이지와 가이드북, 언론기사를 통해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참가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직접 뛴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는지, 다음 대회가 어떻게 치러지기를 바라는지 경청하고 동반자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만기념품이나 먹거리에 좌우되지 않는 대회, 무형의 가치를 더 많이 지니는 대회, 참가자 이외의 대중에게도 호응 받는 대회, 더 나아가 한 도시의 축제로서 기능하는 대회로 발전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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