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가이드

전 세계 러너들의 관심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온 베를린마라톤에 서서히 집중되고 있다. 2003년 이후 5번의 세계기록을 모두 배출한 이 대회는 올해에도 세계 톱 랭커들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고, 따라서 새로운 세계기록이 작성될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회 일주일 전 베를린에서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회도 열린다. 민족의 영웅 故손기정 옹(1912~2002)의 업적을 기리는 ‘제3회 손기정마라톤대회가 그것이다. 2010년부터 격년제로 열리고 있으며, 베를린 한인회(회장 하성철)와 사단법인 한국 겨레얼 살리기 국민운동본부(이사장 한양원)가 공동 주최다.

현지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작은 대회다. 베를린 템펠 호프 공원(구 템펠 호프 공항 활주로)에서 10km, 5km(걷기), 1km(어린이 달리기) 단축코스로 진행된다. 주최 측은 손기정 옹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기리는 대회인 만큼 베를린 시내에 위치한 올림픽 스타디움 부근에서 개최하기를 희망하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대회 자체는 소박하지만 현지 한인들에겐 결코 작은 행사가 아니다. 개회식에 김재신 대사와 허언욱 베를린 총영사 등 주독일 대사관 임직원 80여 명,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을 비롯한 유럽 각국 한인회장, 유재헌 재독총연합회장 등 독일 52개 지역 한인회장, 유상근 재독 재향군인회장, 김인선 동행호스피스 대표 등이 참석한다. 또한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주지사, 발터 몸퍼·한스 울리히 자이트 전 베를린 주의회 의장, 미하엘 가이어 전 주한 독일대사 등 베를린의 현지인 주요 인사도 참석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단순히 한인들의 단합을 도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인들을 가급적 많이 끌어들여서 함께 어울리는 화합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대회장에서 태권도 시범과 한국 전통무용 공연을 선보이는 것도 대표적인 한국 문화를 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78년 전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의 마라톤 우승자를 기리는 대회. 개최일은 마라톤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는 베를린마라톤 일주일 전. 가벼운 러닝 이벤트+전통 공연의 조합…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제법 괜찮은 기획이다.

78년 전 베를린 한복판에서 충격적인 레이스로 한국을 알렸던 손기정 옹은 지금도 여전히 역동적인 한국인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복무 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