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가이드

‘동부생명 심장병어린이돕기 제12회 천사랑마라톤대회(11월 2일 개최)’가 지난 24일 심장병어린이돕기 성금 기부 내용을 공개했다. 러너들이 낸 대회 참가비 일부와 주최사 동부생명의 기부금이 300만원, 대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기부한 금액 63만 5000원, 기타 대회에서의 홍보를 통해 무통장으로 기부받음 금액 11만원, 동부생병 바자회를 통해 모인 금액 124만 4900원 등이다. 총 금액 499만 9900원은 공교롭게도 단 100원이 모자란 500만원. 주최 측은 100원을 채워 숫자를 보기 좋게 만드는 대신 있는 그대로를 기부했다.

올해 10km, 5km, 2.5km(걷기) 코스로 치러진 이 대회는 2003년 겨울 처음 개최되어 벌써 12년이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3000명 내외의 작은 대회로서 기부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면에서 비용을 최소화해야 기부할 만한 자금이 모인다. 기념품이나 대회의 서비스 부분에서도 돈을 많이 쓸 수 없으니 매번 업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위의 도움을 청하는 수고가 따른다.

이런 일을 줄곧 도맡아온 이는 국가대표 육상선수 출신이며 동호인 마라톤 지도자로 잘 알려진 차한식 감독(스토리스포츠)이다. 마라톤대회에 뭔가 의미 있는 선행을 접목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회를 만들고는 여태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기부에도 유행이 있어서 ‘심장병어린이돕기’라는 타이틀이 외면 받는 시기도 있었고, 기부행위 자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후원단체를 찾는 것도 해마다 숙제였다. 명맥이 끊길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대회만큼은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비록 엄청난 금액을 기부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 해를 걸러버리면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던 아이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한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다가 몇 해 전부터 동부생명이 주최사로 나서주셔서 걱정을 크게 덜었습니다. 앞으로 롱런할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주최 측의 바람은 소박하다. 이 대회가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이름을 가지고, 같은 코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작은 대회지만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롱런하다 보면, 매년 조금씩이라도 늘어난 성금을 심장병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내년 ‘제13회 천사랑마라톤’은 올해와 비슷한 늦가을에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