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너들에겐 9.11테러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던 ‘4.15 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의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예프(21)가 본격적으로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다중살인, 화기사용 등 무려 30가지 혐의로 기소된 조하르 차르나예프는 유죄로 판결될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어 재판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지난 1월 5일 차르나예프의 재판을 위한 배심원 선정 절차가 시작됐다고 알렸다.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의 조지 오툴 판사가 소집된 1200명 후보 가운데 이번 사건을 심리할 배심원 12명과 예비 배심원 6명을 추릴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지나쳐 배심원단이 공정하게 구성될지 의심된다며 재판 관할 변경을 요청해왔지만 판사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이른바 ‘마라톤의 성지’로 불리는 보스턴마라톤에서 불특정 다수를 공격한 이 사건은 201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회 결승점에서 우승자가 골인한 뒤 약 3시간 후 10여초 간격으로 2차례의 폭발이 일어나면서 흥겨웠던 대회장은 유혈이 낭자하는 끔찍한 모습으로 변했다. 3명이 사망하고 23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대규모 테러였다. 테러범들이 사용한 무기는 압력솥에 볼베어링과 같은 쇠구슬을 담아 만든 사제폭탄으로 밝혀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해를 입히는 이는 그게 누구이든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그에 화답하듯 수백 명의 경찰과 FBI가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였다. 결국 용의자 두 명이 19일 메사추세츠주 워터타운지역 주택가에서 붙잡혔다. 친형제간인 타메를란 차르나예프(당시 26세)와 조하르 차르나예프(당시 19세)였다. 그중 형인 타메를란은 도주 과정에서 사망하고 중상을 입은 동생만 생포됐다.

경찰은 플랙호크 헬기와 추가 무장병력까지 투입돼 약 2시간 가량 대치하는 동안 조하르가 총을 쏘며 강하게 저항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외신들은 조하르가 생포 당시 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미국 사회가 무슬림인 용의자를 무리하게 진범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