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출연자들이 족구경기 자체 평가전 벌칙으로 10km 단축마라톤을 수행하면서 마스터스 마라톤이 다시 한 번 공중파를 탔다. 영하 11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와 강풍 속에 치러진  ‘제12회 동계풀코스마라톤’대회가 수혜자였다. 악천후 속에서도 새해 첫 풀코스에 도전한 동호인들의 모습이 자세히 그려지면서 관련 기사도 많이 생산됐다.

예능프로 소재로 종종 마라톤이 사용되는 것은 그 자체로 반가운 일이며 '마라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과거 KBS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 당시만 해도 하프마라톤이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일생일대의 도전처럼 묘사됐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에 노출되는 동안 그런 과장법이 많이 없어졌다.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매력적인 스포츠로 그려지는 추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있다. 언론에 소개되는 마라톤 관련 이슈 기사에서 종목 구분을 제대로 하는 경우가 여전히 드물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출연자들이 릴레이마라톤(역전경주)을 수행하려다가 방식을 바꿔 10km 단축마라톤을 실시했는데, 관련 기사들은 이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거리구분 없이 뭉뚱그려 ‘마라톤’으로 표기하거나 ‘10km 마라톤’과 같이 잘못 표기했다.

‘마라톤’은 단 3가지 경기에만 쓰일 수 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그 절반을 달리는 하프마라톤 ▲여러 사람이 풀코스를 나눠 달리는 릴레이마라톤 등이다. 이 외에 편의상 하프코스 이하 짧은 로드레이스를 ‘단축마라톤’으로 표기할 수는 있다. 현재 신문과 방송의 보도는 ‘마라톤’ 종목 안에 42.195km, 21.0975, 10km, 5km 등 다양한 세부종목이 있는 것처럼 곡해될 우려가 있다.

이 시점에서 아쉬운 것은 마라톤 관련 기초정보를 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창구의 부재다. 두루뭉술하고 부정확한 마라톤 기사가 양산되지 않으려면 로드레이스의 기본규칙, 마스터스 부문 종목별 최고기록 등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단체가 필요하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마스터스 마라톤에 관한 사업을 일체 관여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사)한국마라톤협회 정도가 그런 역할에 어울리는 단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우연찮게도 예체능 멤버들이 참가한 ‘제12회 동계풀코스마라톤’대회를 한국마라톤협회가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