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아마라톤이 상반기 내내 러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참가비 인상에 따른 대회 업그레이드 약속 불이행, 공식 참가자수 부풀리기 의혹, 10km 대회와의 코스 중복, 그리고 공식 기록증 미지급까지 문제제기 내용도 다양하다. 동아마라톤이 게시판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제기는 주로 러닝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논란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연초에 참가비 1만원 인상(4만→5만)을 발표하면서 기념품 고급화와 경품 및 애프터 프로그램 보강을 약속했던 동아마라톤 측은 그러나 종전 대회와 차별성 없는 결과물을 보여줘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분에선 어쨌든 찬반 양론이 갈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대회 후 참가자들은 각종 사진과 영상 등을 살펴본 결과 실제 참가자가 풀코스 정원 2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주최사인 동아일보는 10km 참가자 5000명을 포함해 2만5000명 이상이라고 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밝힌 상태였다. 국제육상경기연맹으로부터 골드라벨을 받은 대회가 공식 참가자 수를 부풀렸다면 결코 가벼운 문제일 수 없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동아마라톤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주로 운영상 미스도 도마에 올랐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자신들이 주최한 서울챌린지10k 대회의 코스를 동아마라톤 후반 9km 구간과 중복되도록 구성하고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 합류토록 했다. 작년에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 거센 항의를 받았으면서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풀코스 인원이 부족한 것을 감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참가자들이 분노한 것은 동아마라톤 측이 ‘공식 기록증을 발행하지 않고 모바일 기록증으로 대체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회가 끝나고 5주 후인 4월 23일 짤막한 홈페이지 공지글을 통해서였다. 참가자들은 다른 불만사항과 달리 매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초 실물 기록증을 우편발송 해주겠다고 명시된 공지를 뒤늦게 번복했다며 대회 불참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물 기록증을 모바일 기록증으로 대체한 이유는 결국 사후 비용 절감 이상이 아닐 것이다. A4 사이즈 서식지와 비닐파일, 대봉투, 우편료 등… 공식 기록증 발행에 필요한 자질구레한 비용마저 아껴야 할 정도로 예산이 부족했던 것일까?

기록증은 그저 종이쪼가리일 수도 있다. 숫자가 프린트된 그 ‘종이쪼가리’ 한 장에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러너들이 있기에 대회가 대회다움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회의 가장 큰 자산인 이들을 상대로 동아마라톤은 그저 종이값과 우편료 절감을 앞세웠다.

당장 아낀 비용에 비해 잃은 것과 앞으로 잃게 될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