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이 전국화되면서 국민적인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나 공연, 마트와 놀이시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형편이다. 마라톤 시장 역시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6월 한달에만 13개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지자체의 권유로, 혹은 주최 측의 결단에 의해 파행된 것이지만 참가자들도 이의제기를 하기보단 반기는 분위기다. 연일 사망자가 나오고 확진자가 늘어나는 분위기에서 참가자들도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메르스는 지난 5월 20일 확진환자가 최초 발견됐고,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6월 15일(오전) 현재 15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총 16명으로 10.7%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이 관찰 중인 격리대상자만 5000여명을 넘어서는 실정이다. ‘곧 진정국면으로 접어든다’는 당국의 장담은 벌써 여러 번 허언이 돼버렸다.

이쯤 되면 러너들의 행동 패턴에 위험요소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평소 연습을 할 때나 대회에 참가할 때 벌어지는 신체접촉이나 기타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노력은 보건당국이 아닌 러너들의 머리에서 나와야 한다.

러닝가이드가 제시하는 몇 가지 수칙에 러닝가이드 독자들의 아이디어가 덧붙여지기를 기대한다.

[러닝가이드가 제안하는 러너들의 메르스 예방 수칙]

1. 달리는 도중 침 뱉지 않기
가장 많은 러너들이 공감할 내용일 것이다. 달리다 보면 끈적한 침이 호흡을 방해할 때가 있는데, 대부분의 주자들은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고개만 옆으로 돌려 주로에 뱉어버린다. 이 때 뒤따르던 주자의 다리나 손에 일부가 튀기 십상이다. 평소에도 기분이 나쁘지만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삼가야 할 행동이다. 가능하면 침을 삼키거나 멈춰서서 화단 등에 뱉도록 하고, 그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 반드시 뒤따라는 주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뱉자.

2. 악수와 포옹 자제하기
장거리 러닝의 특성상 러너의 손에는 눈물과 콧물과 침이 다 묻게 돼 있다. 얼굴을 덮은 땀을 손으로 훔쳐내고, 콧물을 걷어내고,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빼는 동작이 레이스 중 수시로 일어난다. 때문에 대회장이나 연습장에선 악수와 포옹을 더욱 자제할 필요가 있다.

3. 탈의실과 공중화장실 이용 후 손씻기
대회장을 찾는 러너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탈의실과 화장실 이용 부분일 것이다. 마라톤 대회장 탈의실은 마치 뜨거운 콩나물 찜솥과 같다. 환기가 제대로 되기 어려우며 옆사람과의 신체 접촉도 피하기 어렵다. 대회장 화장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러너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이란 이용 후 손을 씻거나 손소독제를 이용하는 것 정도다.

4. 급수대에서 침 뱉거나 입 헹구지 않기
마라톤대회 급수대 이용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라. 많은 주자들이 급수대에서 물을 마신 뒤 여분의 물로 입을 헹구거나 침을 뱉고, 머리나 목을 씻는다. 급수대 주변은 침과 물이 뒤섞인채 흥건하고 그 위에 수많은 종이컵이 쌓이게 된다. 그 종이컵을 치우는 건 주로 중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이다.
먼저 주최 측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반드시 마스크를 씌우고 바닥 청소를 하는 인원에게는 고무장갑을 착용토록 해야 한다. 또한 급수대와 10m 이상 떨어진 곳에 충분한 양의 종이박스나 쓰레기 비닐을 비치하여 러너들 스스로 달리면서 종이컵을 버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러너들은 종이컵을 주최 측이 비치한 쓰레기통에 스스로 넣고, 침을 뱉거나 입을 헹구는 행위를 자제한다. 꼭 필요할 때는 급수대를 수십미터 벗어난 곳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