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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뉴스
[특별기고] 서브3 100회 달성, 마침표가 아닌 쉼표
편집자   등록일 : 2018-04-03 오전 11:27:21

편집자 주 : 필자 박성배(56) 씨는 40대 중반까지 등산 마니아였다가 홧김에 마라톤 동호인과 벌인 하프마라톤(2005) 내기에 이기면서 마라톤 마니아가 됐다. 2007년에 서브3를 달성했고 2010년엔 보스턴마라톤 참가를 계기로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 서브3완주 도전을 시작했다. 같은 해 베를린마라톤과 뉴욕마라톤, 2011년 런던마라톤과 시카고마라톤에서 모두 서브3 기록을 달성해 도전에 성공했으며 한국기록원으로부터 한국 최초임을 인증 받았다(세계적으로도 알려진 사례는 없음). 이후 기 완주한 도쿄마라톤이 메이저대회에 편입되면서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 완주자가 되었다. 현재는 ‘전 세계 골드라벨 마라톤 서브3 완주’를 목표로 세계 각지를 누비는 중이다. 풀코스 최고기록은 2시간 45분 48초다.


2005년 마라톤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100번이나 완주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마라톤에 미친 별종들의 비정상적인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어느덧 마라톤 100회를, 심지어 서브3 기록으로 채우게 되다니… 그래서 자기 미래를 말할 때 ‘절대’라는 말을 넣지 말라고 하는가보다.

 

작년(2017) 오사카마라톤에서 통산 100회 서브3 완주를 달성했고, 2018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공식적인 100회 서브3 완주를 하는 것이 올해 나의 계획이었다. 오사카 대회가 ‘공식’이 아닌 것은 그동안 2차례의 ‘비공식’ 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혹독한 겨울동안 조심스럽고도 쉼 없이 달리기 훈련을 거듭했다.

 

서브3 100회 마지막 고지, 그리고 기록적인 한파

 

지난 겨울은 참 추웠다. 실내에서 뛰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가급적이면 야외훈련을 하는데, 올해만큼은 도무지 밖으노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남산 언덕코스는 거의 가지 못했고, 대신 피트니스센터 트레드밀 위를 자주 뛰었다. 1시간 빌드업주로 13.6~14km 거리를 소화했다. 총 훈련의 5분의3 정도는 트레드밀에서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월간 훈련거리도 충분하지 못했다. 1월에 315km를 달렸고, 2월엔 간신히 300km를 채웠다.

 

예년보다 훈련량이 적은 탓인지 봄철 마라톤 시즌이 다가오는데도 체중이 생각만큼 줄지 않았다. 지난 14년간 마라톤을 하면서 시즌 중에는 늘 58~59kg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2월에도 감량이 잘 되지 않으면서 61kg을 오락가락 했다. (내가 속한 클럽 나눔누리 회원의 페이스메이커를 위해 내 페이스보다 느린 2시간 55분 페이스로 훈련한 것이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억지로 감량하기보다는 컨디션을 잘 맞추기로 했다. 2018년 첫 풀코스이자 공식적인 99번째 서브3 도전 대회는 ‘아고구려역사지키기마라톤(2.25)’이었다. 2kg 늘어난 몸이 내 생각대로 움직여줄지 걱정 반 궁금증 반이었다.

 

젤 줍다가 완전히 망칠 뻔한 99번째 공식 완주

 

클럽 회원들과 무리를 지어서 2시간 55분 페이스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5킬로당 4분20~30초 꼴이니 나에게는 큰 부담 없는 속도였다. 컨디션을 점검하면서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향해 가는데, 젤을 먹으려고 꺼내 들다가 어이없이 놓치고 말았다. ‘에구, 미끄럽지도 않은 걸 놓치다니…’ 생각하는 순간 몸이 반사적으로 달리기를 멈추고 몇 걸음을 되짚어가 바닥에 떨어진 젤 봉지를 주웠다. 함께 달리던 회원들은 순식간에 멀찍이 떨어져버렸다.

 

처음 겪는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굳이 주워야만 하는 건 아니었는데 왜 되돌아가서 집을 생각을 했을까. 이상한 판단을 하는 바람에 달리기 리듬이 깨져버렸고, 갑작스런 동작 탓에 고질적인 부상부위인 햄스트링에도 충격이 가해졌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그만하길 다행이었다. 멈춰서 뒤돌아서다가 발목이 돌아갔을 지도 모를 일이고, 바짝 뒤따라오는 주자가 있었다면 충돌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새삼 가슴을 쓸어내리며 흙 묻은 젤 봉지를 빨아먹었다. 그리곤 얼마간 달렸는데 익숙한 얼굴이 앞에 보였다. 레이스에 참가하지 않은 클럽 회원이 꿀물을 들고 기다리는 거였다. 에휴~ 한치 앞도 못 내다보고 100kcal 한 봉지를 먹겠다고 기를 쓴 게 한심하게 느껴졌다.

 

흩어진 정신을 수습하면서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리듬을 잃은데다 평소보다 체중도 더 나가는데 어렵지 않게 페이스가 잡혔다.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끌어올린 끝에 2시간 55분 페이스로 달리는 동료들을 40km 지점에서 다시 따라잡았다. 골인 기록은 2시간 56분이었다.

 

 

 

페이스메이커로 나선 100번째 서브3 도전

 

근 2~3년간은 2:49가 가능한 몸을 만들고도 국내 대회에서 2시간 50분대 기록을 작성해오고 있다. 대개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출전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생긴 나만의 원칙인데, 해외 메이저대회에선 베스트 기록을 위해 달리고 국내대회에선 같이 땀 흘린 동료들을 끌어주며 더불어 달린다.

 

공식적인 서브3 100회 완주 도전 대회인 서울국제마라톤에서도 누군가의 인솔자 역할로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대회 사무국에 2시간55분대 페이스메이커로 신청을 했는데 이미 모집이 끝났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주최 측은 대회 때 55분 페이스메이커를 운영하지 않음) 그래서 나눔누리 회원들과 비공식적인 2:55 페이스메이커 팀을 만들어 뛰기로 했다.

 

총 6명의 회원이 그룹을 지어 뛰었다. 개인최고기록을 노리는 같은 클럽 회원(안덕상)을 포함하여 15~20명 정도의 러너들이 우리 뒤를 따랐다. 국내 최대규모의 메이저대회인지라 상위권인데도 주로가 붐볐다. 목표한 페이스로 일정하게 가기 어려워서 초반에 다소 빠른 페이스가 돼버렸다. 그래도 뒤따르는 러너들은 순조롭게 붙어서 뛰었다.

 

15km까지 줄곧 순탄한 레이스였는데, 17km 지점에서 같은 클럽 회원 안덕상 씨가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가 레이스를 멈춰버렸다. 다행히 근육 문제는 아니고 카프슬리브를 잘못 입은 탓이었다. 다시 레이스를 재개했지만 클럽 동료들의 페이스메이커 그룹과는 거리가 벌어졌다. ‘아 고구려…’ 대회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었다.

 

무리하게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3명이 따로 그룹을 형성해 달렸다. 안덕상 회원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는 30km 부근에서 자신의 라이벌을 발견하고 한결 힘을 냈다. 35km 이후 내리막에서는 제법 스피드를 내기도 했다. 1차 목표인 55분에서 더 당긴 페이스로 골인점을 향해 내달렸다(2시간54분35초 완주)

 

그를 앞세워 보낸 뒤 본연의 임무인 2시간 55분대 페이스메이커로서 공식적인 100번째 풀코스 완주 세리머니를 했다. 너무 크게 만든 현수막을 너무 일찍 펼치는 바람에 바람을 안고 허우적거리며 달렸다. 뒤따르는 주자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양 옆을 접으며 어찌어찌 부산스럽게 결승점을 통과했다. 2시간 55분 13초. 마라톤 입문 14년 만에 서브3 100회를 달성한 기분은 담담했다.

 

 

100번째 완주가 일깨워준 건 ‘마라톤이 삶의 일부가 됐다는 확신’

 

대회를 마치고 겨우내 열심히 훈련한 나에게 포상하는 의미에서 다낭으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 아무도 달리지 않는 휴양지에서 홀로 조깅하면서 앞으로의 마라톤에 대해 생각해봤다. 지금까지 달리면서 가장 기뻤던 기억은 생애 첫 풀코스 완주였다. 두 번째를 꼽자면 처음으로 2:49 기록을 냈을 때다. 아마도 그 두 가지보다 더 기쁜 마라톤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목표를 향해 경주하는 마라톤을 계속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제는 어떤 목표를 향해 달리기보다는 그야말로 마라톤 자체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각나는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60대에 보스턴마라톤에서 서브3 기록으로 완주하고 싶다. 하지만 그냥 목표를 위한 목표일 뿐이다. 달성하지 못해도 상관 없다. 꼭 보스턴이 아니어도, 서브3가 아니라도 괜찮다. 그 정도로 몸을 단련하고 싶을 뿐이다.

 

100번의 서브3 완주를 통해서 얻은 것은 마라톤을 더 깊숙이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라톤이 내 삶의 일부이며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라토너 박성배의 해외마라톤 완주 기록] 

2008년   도쿄마라톤   2시간 56분 17초   골드라벨
2009년   이브스키마라톤   3시간 18분 10초(건타임) 
2010년   보스턴마라톤   2시간 58분 43초   골드라벨
2010년   베를린마라톤   2시간 51분 26초   골드라벨
2011년   런던마라톤   2시간 53분 20초   골드라벨
2011년   뉴욕마라톤   2시간 48분 58초   골드라벨
2011년   시카고마라톤   2시간 49분 21초   골드라벨
2012년   도쿄마라톤   2시간 53분 14초   골드라벨
2012년   보스턴마라톤   3시간 06분 26초   골드라벨
2012년   리우데자네이루   2시간 55분 22초   골드라벨 취소
2012년   호놀룰루마라톤   2시간 55분 13초   골드라벨 취소
2013년   샤먼마라톤   2시간 56분 52초   골드라벨
2013년   프라하마라톤   3시간 06분 23초   골드라벨
2013년   베이징마라톤   2시간 51분 14초   골드라벨
2013년   아테네마라톤   2시간 59분 06초
2014년   암스테르담마라톤   2시간 57분 30초   골드라벨 
2014년   싱가포르마라톤   3시간 04분 47초   골드라벨
2016년   파리마라톤   2시간 51분 11초   골드라벨
2016년   로마마라톤   2시간 49분 08초   골드라벨
2016년   프랑크푸르트마라톤   2시간 47분 56초   골드라벨
2017년   비엔나시티마라톤   2시간 59분 32초   골드라벨
2017년   훗카이도마라톤   2시간 58분 16초  
2017년   오사카마라톤   2시간 56분 56초   골드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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