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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기고
밥 먹다가 종종 떠오르는 황당 에피소드
  호박氏   등록일 : 2012-12-01 오후 11:59:29

호박氏의 마라톤 세상만사[27]

마라톤을 오래 하다 보니 황당한 상황을 많이 겪게 된다. 이 연재를 하면서 제법 여러 가지 소개한 것 같은데, 개중 재미가 있으면서도 긴 얘깃거리가 안된다 싶어 제쳐두었던 것들이 또 제법 된다. 이번 기회에 몇 가지를 추려서 소개해볼까 한다.

1 나는 치한이 아니에욧!

지방 대회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거리가 멀다 보니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했는데, 대회장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일렀다. 출발시간이 2시간 반이나 남은 상황. 참가자들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회 관계자들만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탈의실로 향했다. 날이 따뜻해서 경기복 차림으로 돌아다닐 심산이었다. 장막을 확 걷고 들어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여성 참가자 한 명이 상의를 막 벗어젖히고 있었다.


“어… 어어어…”
내가 할 말을 잃고 비명 비슷한 소리를 내지르자 여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벗던 옷을 내리며 나를 쳐다봤다.
“어머낫, 어머낫!!! 죄송해요!!”
여자 역시 비명 비슷한 사과 멘트를 날리며 번개처럼 반대편 출구로 튀어나가버렸다. 참 별 일도 다 있다 싶었다. 여자탈의실인지 남자탈의실인지 확인도 않고 들어와 한가하게 옷을 훌훌 벗다니. 큭큭 웃으며 바지와 셔츠를 벗었다. 그리고 팬티를 벗으려고 손을 갖다 대는 순간 갑자기 도망갔던 여자가 다시 뛰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어머, 어머, 어머나! 저분 막 벗네 막 벗어? 아저씨! 여기 여자탈의실이란 말이예욧!!!”
눈 앞이 아찔했다. 여자탈의실이라니? 일단 바지를 주워 입은 뒤 나머지 옷가지와 가방을 한꺼번에 쓸어안고 텐트를 뛰쳐나왔다. 흙바닥에서 나머지 옷을 챙겨입는데 얼굴이 화끈거려 죽을 것만 같았다. 대회고 뭐고 다시 버스 타고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텐트를 살펴보니 버젓이 남자탈의실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는 게 아닌가? 이건 또 뭔가 싶어 텐트 반대편으로 가보니 거기엔 여자탈의실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운영본부로 달려가 따져 물은 결과 정황은 이러했다. 남자탈의실과 여자탈의실 텐트 두 동을 나란히 붙여서 배치했는데, 텐트 옆면에 붙이는 장막을 바깥쪽부터 빙 두른 뒤 마지막으로 안쪽에 붙이는 것을 깜박 했다는 것이다. 그러게 왜 애초에 남녀 탈의실을 붙여 두셨나 쯧쯧. 곧 주최 측 사람들이 장막을 쳤지만 나는 그곳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근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2 아오~ 끈적거려

초여름 한강에서 하프코스를 뛸 때였다. 그날따라 더워서 참가자들이 물을 많이 마셨고 나 역시 두세 컵씩 마셔댔다. 급수대 자원봉사자들은 예상보다 더 밀려드는 참가자들을 맞아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마라톤대회를 난생 처음 경험하는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인 듯했다.

마지막 급수대를 앞두고 온 몸이 뜨끈거리고 끈적했다. 얼굴엔 소금기가 가득해서 눈이 따끔거렸다. 시원한 물로 얼굴을 씻고픈 생각이 간절했다. 급수대에서 일단 스포츠음료(포카리스웨트) 컵을 잡아채서 마셨다. 그런데 물이었다. ‘아… 스포츠음료는 다 떨어졌구나’ 생각하며 이번에는 물컵을 휙 잡아채서 머리에 부었다. 그런데 스포츠음료였다.

“제… 젠장”
스포츠음료가 머리에서 얼굴로, 얼굴에서 목으로, 목에서 가슴과 등쪽으로 줄줄 흘러들어갔다. 그냥 뛰었다. 급수대로 되돌아가 물로 씻어낼까 잠시 고민했지만 제대로 씻어내려다간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신발까지 다 젖을 것 같아 포기했다. 스포츠음료는 따뜻한 초여름 날씨에 순식간에 말라버렸다. 그보다 더 끈적거릴 수는 없었다. 머리부터 가슴까지 물엿을 발라놓은 느낌이었다. 대회장에 빨리 도착해서 씻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열심히 달렸다.


대회장 골인점에서 물 좀 넉넉히 달라고 했더니 자원봉사자가 500ml 한 병만 드린다고 했다. 이차저차 사정 얘기를 하며 하나만 더 달라고 했지만 완강하게 거절했다. 결국 탈의실 구석에서 물 500ml를 타월에 조금씩 묻혀 몸을 닦아야 했다. 자봉 면상을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3 이런 게 역지사지? ‘자봉의 추억’

어느 대회였던가 기억은 안 나는데, 좌우지간 몸살이 심하게 나서 레이스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포기를 집에서 했으면 좋았겠지만 멍청하게도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다가 결심했다. 너무 몸이 떨려서 도저히 경기복으로 갈아입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같이 온 일행을 기다려야 하기에 가져온 옷을 죄다 껴입고 대회장을 어슬렁거리다가 오뎅국물 주는 부스로 기어들어갔다. 거기가 제일 따뜻할 것 같아서였다. 날도 춥고 할 일도 없으니 일손이나 거들겠다 했더니 자봉 아주머니들이 선뜻 허락해주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자봉 역할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항상 뛰는 입장이다가 주최 측의 입장이 되니 봉사심이 절로 생기고 참가자들에게 기여한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완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승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고, 곧 허연 입김을 모락모락 뿜어대는 들소 같은 러너들이 부스로 몰려왔다. 오뎅그릇에 숟가락과 꽃아 나눠주고, 받은 이가 양념간장을 넣는 동안 막걸리를 종이컵에 따라서 쥐어주는 게 내 임무였다.
그런데 부스 안에서 바라보는 러너들의 모습은, 내 예상과 차이가 있었다.
“아이고 이거 참 맛있겠네. 감사합니다.”
“와~ 뜨끈뜨끈한 게 좋아뵈네. 껄껄껄.”

이런 경쾌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잔뜩 굳은 얼굴이거나 뭔가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심드렁하게 오뎅그릇과 막걸리잔을 받아갔다. 구체적인 불만을 서슴없이 표출하는 이도 있었다.
“오뎅국물 멀건 것 좀 봐. 보나마나 미원국물이지 뭐.”
“아우~ 오뎅 좀 잘 끓이지… 전혀 불지를 않았네.”
“쩝… 간도 안 맞겠는데?”
“막걸리잔 큰 거 없어요? 이거 누구 코에 붙여?”


불쾌했다. 많이 불쾌했다. 아니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단 말인가? 색깔만 보고 미원 투척을 의심하는 근거는 무엇이며, 씹지도 않고 오뎅 불은 상태를 평가하는 자신감은 무엇이며, 마시지도 않고 간이 안 맞겠다고 넘겨짚는 무례함은 무엇인가? 게다가 터무니없이 막걸리잔 타박이라니. 종이컵 크기가 맘에 안 들면 직접 막걸리잔을 들고 오시던가!!

자봉들이 불쾌함을 억누르며 미친 듯이 오뎅을 퍼 담는 와중에도 아무개 클럽 총무라는 양반들은 대주전자를 가져와서 막걸리를 약탈해 갔으며, 안주거리가 없다며 수시로 오뎅을 ‘리필’해갔다. 막걸리 주면서 김치도 준비 안 했냐고 타박하는 이도 있었다. 엉겁결에 ‘죄송하게 됐다’고 말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뜻밖이고 당황스러웠다.

자봉 부스에서 바라본 우리 마라토너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Writer's Profile
필명 호박씨, 40대 중반의 (자칭)중상급자 러너다. 밀레니엄과 함께 마라톤에 입문해 ‘길고 가늘게’마라톤을 해왔다.
10여 년간 마라톤 현장을 누비며 겪은 생동감 넘치는 에피소드를 웹매거진 클럽마라톤에 독점 연재 중이다.

 
ab*** 2012-12-04 답글답글
 

재미있는글 잘 읽었습니다^^
생생한 현장감이 묻어나네요^^


편집자 2012-12-07 답글답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객원기자  ilsan*** 2012-12-05 답글답글
 

ㅋㅋㅋㅋ,,,, 제 경우랑 거의 비숫한 듯 합니다.
저도 전에 한번 모 마라톤대회때에 있었던 일인데요,
평소 본의 아니게 딱 대회시간 마추어 가는데, 그날 따라 일찍이도 대회장에 도착하지 않았겠습니까?
일반복장에서 대회복장으로 갈아 입기 위하여 탈의실에를 들어갔는데,,,,
그리고는 막 상의를 탈의하고 바지를 막 벗고 있는데,,,,
다행이도 안에는 아직 팬티를 입고 있었네요~ ^^
웬 여성분들이 두명 딱 들어서는 것이 아닙니까?
황급히 놀라서 누구세요? 했더니 여성분들이 더 놀라서는 여기 여자 탈의실이에욧!! 하고 외치는 것이 아닙니까?
네? 황급히 옷을 주섬주섬 다시 입고는 밖에 나와서 다시 확인해 보니 여자 탈의실이 맞더군요,
탈의실이란 글씨가 하도 작아서 그냥 탈의실이라고 확인도 안하고 대충 들어간 제가 실수 였네요~
ㅎㅎㅎㅎ,,, 여성러너분들이 얼마나 놀랐을까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그때 그장면을 잊을수가 없네요~
그 다음부터는 대회장에 도착하면 아는 길도 물어 가듯이,,, 꼭 몇번을 확인하고서야 들어 갑니다,
다시 한번 그때 그 여성 러너분들께 이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힘!! ^^*


편집자 2012-12-07 답글답글
 

저 같은 분이 또 있었다니... 이것 참 반가우면서도 슬프네요 ㅋㅋ


kwang*** 2012-12-05 답글답글
 

ㅎㅎㅎ, 참 재미있습니다.마라톤 참가에 대한 경험담 참으로 우습고 황당한 일들이네요. 저는 10년 경력인데 아직까지 그런 황당한 경험이 없이 마라톤 경력만 싸여가네요. 아무튼 재미잇게 읽었습니다.


편집자 2012-12-07 답글답글
 

이런 황당 사건들이 제 주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걸 보면 분명 사주팔자가 남다를 겁니다. ^^


hjw6*** 2012-12-11 답글답글
 

마라톤 대회에 가면 황당한 사건은 한번쯤 있었을것 같은데..저는 그런게 없었어요. 아무튼 재미있는글입니다.


편집자 2012-12-11 답글답글
 

원래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황당 에피소드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제 천성이 사건을 부른달까요? ^^


dold*** 2012-12-14 답글답글
 

세번째꺼 빼고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자봉이라는 것이 골인점보다도 주로에서의 봉사가 주자들 비위맞추기가 어렵더라구요
성격이 예민해지는 것인가... 힘든 화풀이를 봉사자들에게 하는 경우가 많지요


편집자 2012-12-14 답글답글
 

급수대 지나가면서 대회 이따위로 하지 말어! 하고 외치는 사람 만나면 가슴이 미어지죠. 자봉이 대회 주최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내가 화풀이 하는 대상이 누군지 러너들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bravet*** 2012-12-19 답글답글
 

지난 일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 내년에는 또 어떤일들을 경험할까요?


편집자 2013-01-02 답글답글
 

새해가 밝았네요 ^^ 올해는 더욱 풍성한 대회들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jcg*** 2012-12-20 답글답글
 

저도 대회 나가면 자봉하시는 분들에게 잘해야 겠네요...


편집자 2013-01-02 답글답글
 

네, 저도 새삼스레 다짐했답니다


sindy*** 2012-12-27 답글답글
 

잘 읽었습니다. 대회장에 일찍 가 보고 싶군요.


편집자 2013-01-02 답글답글
 

의외로 재미있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준비운동도 느긋하게 할 수 있고요 ^^


cso8*** 2013-01-08 답글답글
 

첫번째 사연은 한번 경험해 보고 싶군요....ㅡ.,ㅡ

두번째는 작년 서울신문때 저도 경험이 있지요...ㅋㅋㅋ
컵두개를 집어든것 까진 잘했는데... 물을 마시고 이온음료를 머리에 뿌리고...ㅡ.,ㅡ

마지막 오뎅은 저도 좀 부끄럽네요... 클럽 사람들 챙기느라 저또한 그런 만행을....흐흐흐

담부턴 좀 자제해야 겠습니다...^^*


편집자 2013-02-25 답글답글
 

저 역시도 참가자 입장에 있을 때는 크고작은 만행(?)을 저지른 바 있습니다. 부스 안에 자봉으로 있어보니 비로소 깨닫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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