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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기고
동호인 B씨, 나는 그의 실체를 목격했다!
  호박氏   등록일 : 2013-02-16 오후 5:23:58

호박氏의 마라톤 세상만사[28]

“호박씨, 요즘은 연재 안하나봐? 새로 올라오는 게 통 없던데?”
“아… 그게 그렇게 됐네요. 곧 올릴 거니까 기다려 보세요.”
“요즘 우리 클럽에 분란이 없어서 소재가 고갈되셨나봐? 히히히.”
“아…하하하 쿨럭~ 아닙니다요.”


내가 클럽마라톤에 연재하는 것을 아는 지인의 말에 숙제 빼먹은 것을 들킨 초등학생처럼 가슴팍이 콱 쪼그라들었다. 조금 마음을 놓고 있다가도 이처럼 정기적으로 글을 확인하는 이가 있음을 자각할 때마다 큰 부담감이 밀려오기 일쑤다. 연재라는 것, 참 쉽지가 않다.

새 글이 뜸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훈련을 오래 쉬어서다. 뛰지도 않고, 남들 뛰는 데 가지도 않으니 뛰는 얘깃거리인들 새로 생길 리 있겠는가. 천상 이번에도 과거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풀어내야 할 터이다.

그간 어떤 일화들을 써먹었나 확인하려고 연재 글을 쭉 보니 어디서 망신당한 얘기, 우리 클럽의 분쟁 이야기, 뭔가를 꼬집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내가 이렇게나 네거티브한 사람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랜만에 훈훈하고 따스한 얘기를 써보려 하니 조금 덜 재미있더라도 읽어주셨으면 한다.


내가 속한 클럽에 B씨라는 사람이 있다. 마라톤을 열심히 하는데도 좀처럼 배가 들어가지 않는 그는 표정도 뚱한 표정이라 상당히 욕심 사납게 보인다. 늘 뭔가 불만이 있는 듯이 보이는 표정인데, 실제로도 사소한 불만을 꼬치꼬치 따져 묻는 그런 스타일의 인간형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훈련 끝나고 식당에 가면 그는 꼭 한두 가지씩 문제제기를 한다. '미리 예약을 했는데 왜 요리 나오는 시간이 제각각이냐' '테이블 상태가 지저분하니 다시 닦아달라' 등이다. 대회에 참가해서도 다 뛴 다음 운영본부에 가서 오늘 뭐가 잘못 됐고 참가자들이 어떤 불편을 겪었는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의 말이 틀린 데는 없지만 매번 그렇게 문제제기를 해야만 하는지, 어차피 정신이 없어서 여러가지를 놓치고 있는 사람들(식당이든 대회장이든)을 붙잡고 얘기해봤자 뭐가 달라지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 주말 혼자서 소규모 대회에 나갔는데, 대회장에서 B씨를 발견했다. 마땅히 가서 알은 체를 해야 도리지만 어쩐지 그와 함께 돌아다니기 싫어서 애써 멀리 피해버렸다. 대회는 참 허술했다. 대회장도 초라하고 도로 통제도 안 되고 물도 부족하고 그랬다.

하물며 자봉 학생들 간식도 모자란 모양이었다. 완주 후 대회운영본부를 지나치면서 보니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운 김밥(은박지에 대충 싼)을 나눠주다가 바닥나자 완주자들 주는 간식 봉지를 하나씩 안겨 보내고 있었다. 간식봉지 안에는 고작 초코파이 하나와 비타오백 한 병이 들어있었는데 고작 그걸로 점심을 때우라니 무슨 염치란 말인가? B씨가 알면 그냥 넘어가기 힘든 그런 대회였다.


어린 학생들인데 배 곯으며 집에 가겠구나 생각하며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역시나 운영본부 가까운 곳에 B씨가 보였다. 그는 특유의 권태롭고 불만스러워보이는 표정으로 한동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더니 운영본부 스태프에게 몇 마디 따져 묻는 듯했다. 스태프는 애써 모른 체하며 자봉 학생들을 달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대회 준비 허술하게 한 주최 측 사람들이 오늘 임자 만났구나 싶었다. B씨의 평소 성격대로라면 쉽게 물러서지 않을 터. 대회 시작 전부터 끝난 뒤까지 벌어진 수십가지의 잘못과 오류들을 상세히 전달하고 항의해서 다음에는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뒤에야 물러나는 사람이니까.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대회장을 빠져나왔다. 버스정류장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묘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운영본부를 장악하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있을 줄 알았던 B씨가 길 건너편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뒤에는 열 명쯤 되는 자봉 학생들이 뒤따르고 있었는데, 그들은 길가 편의점에 우르르 들어가더니 잠시 후 컵라면이며 삼각김밥, 과자 등을 잔뜩 들고 나왔다. B씨는 아이들이 편의점 앞 파라솔 테이블에 자리 잡는 것을 잠시 지켜보더니 이내 자리를 떴다. 과자 봉지를 뜯느라 분주하던 아이들이 황급히 그의 뒤통수에 대고 지르는 소리가 길 건너까지 들렸다.

“아져쒸~ 감사함미다아~~!”
“야, 아저씨가 뭐야 쌤이라고 해드려야지.”
“히히 마라톤 쌤 안녕히 가쎄요~~”

B씨는 멋적은 듯 손짓으로만 인사를 받고 발길을 재촉해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잠시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Writer's Profile
필명 호박씨, 40대 중반의 (자칭)중상급자 러너다. 밀레니엄과 함께 마라톤에 입문해 ‘길고 가늘게’마라톤을 해왔다.
10여 년간 마라톤 현장을 누비며 겪은 생동감 넘치는 에피소드를 웹매거진 클럽마라톤에 독점 연재 중이다.


 
ab*** 2013-02-19 답글답글
 

인정이 넘치시는 따뜻한 분이시네요 ^^
잘 읽고 갑니다~^^


편집자 2013-02-20 답글답글
 

제가 너무 부끄러워지더군요. 솔직히 생판 처음 보는 아이들 데리고 가서 먹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orio*** 2013-03-01 답글답글
 

주최측이 허술하면 짜증도 나지만 자봉하며 고생하는 학생들보면 안쓰럽죠...
뛸때나 들어올때 항상 고마워~~ *^^* 한답니다 ^^


편집자 2013-03-03 답글답글
 

따지고 보면 다 딸 같고 아들 같고.... 혹은 조카들 같은 친구들이죠. 더 따뜻하게 대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주최 측이 막 부려먹으면 편도 들어주고 말이죠. ^^


k080*** 2013-04-18 답글답글
 

이 글을 읽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봉사도 해 본 사람이 그 마음을 이해하죠


편집자 2013-04-21 답글답글
 

동감입니다^^


hjw6*** 2013-04-18 답글답글
 

기분 정말 따뜻해지네


편집자 2013-04-21 답글답글
 

역시 동감입니다 ^^


de*** 2013-10-06 답글답글
 

왠지 반전이 있을 것 같았는데, 예상했던 반전이라 훈훈하고 좋네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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