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입니다.

올해는 나 자신과의 싸움? 없었습니다.

2014년 춘천마라톤을 끝으로 막연한 목표는 있었지만 그렇게 힘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헌혈도 하고 봉사도 하고 클럽활동도 열심히하고....

두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아직은 한참 모자른 사람이 였습니다.

시각장애우의 눈이 되어 동아마라톤을 뛰면서도 3시간 30분대는 뛰었으니

내심 잘하면 3시간 10분이내 힘들어도 3시간 30분이내에는 들어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과는 4시간28분...허 허 허

그렇다고 화가나거나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웃음만 나왔습니다.

3시간 40분 페이스 메이커는 어찌나 빠르게 저를 앞서 가던지...

4시간 페이스 메이커도 어찌나 빠르던지...

출발선에서 부터 이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몸을 풀고 자신만의 레이스를 구상하며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는데

그 많은 사람들의 숲속에서 외롭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후미그룹으로 자리를 이동해서 회원분들과 같이 달리기로 했습니다.

3시간 30분을 목표로 하시는 두분이기에 하프정도까지는 함께 뛰어드리고 몸상태를 봐서

달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초반 10키로미터 정도까지는 얼추 비슷하게 페이스를 잡고 이후 속도를 내어보는데

체감속도와 시계속의 속도는 너무나도 틀립니다.

몸이 고장이 났던지 시계가 고장이 났던지 둘중에 하나입니다.

5분페이스가 4분30초페이스같고 4분30초 페이스가 4분페이스처럼 느껴 졌습니다.

숨통이 트이지 않아서라 생각하고 조금씩 속도도 올려봤지만 원하는 4분30초페이스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마라톤은 절대 걷지않는다!" 라는 생각으로 지금껏 뛰어왔고 걸어보지도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25키로 지날즈음 같이 달리는 회원님을 보내드리고 잠시 쉬었습니다.

도대체 이유를 알수가 없었습니다.

두달을 놀아도 나오던 스피드가 여름부터 꾸준히 운동을 했다고 자부하는 지금 너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한번도 아프지 않았던 왼쪽 장경인대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결국 35키로 이후부터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고 계속 걸어야만 했습니다.

웃음만 나왔습니다. 지금 내상태에서 6분 페이스로 뛰시는 분들이 너무 빨라보였고 

따라가지 못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걸어서 골인점을 통과하고 확인한 나의 기록은 4시간 하고도 28분이 넘었습니다.

첫 풀코스 기록보다도 30분이 늦은 기록이였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아마도 제일 큰 문제는 마음가짐이 아니였을까 하는 것입니다.

노력하는 자와 포기하는자...저는 포기하는 자였습니다.

그리고 동기부여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가지고 있었던 왜 뛰어야 하는지 왜 힘들어야 하는지 왜 자기자신을 분발시키는지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아프다는 핑계로 포기를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치료를 하고 운동을 했다면 이렇지는 않을텐데

적당히 포기하며 치료하고 적당히 포기하며 달렸기에 저는 포기하는 자였습니다.

마라톤은 항상 잘 할때도 못 할때도 저를 깨우쳐 줍니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계획하고 실천할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문제점을 알았기에 이제는 노력하는 자가 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