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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2016 동아 마라톤 후기] 330, 그리고 또 새로운 도전
작성자  이정엽 - 2016-03-29 오후 3:12:42 

작년 춘마부터 목표로 했었던 330을 지난 2월 고구려 대회를 거쳐 세 번의 도전 만에 동마에서 달성했습니다. 아슬아슬한 성취였다면 좀 다른 느낌이 들었을까? 일생 일대의 도전으로 여겼던 목표를 너무 쉽게 달성한 느낌이 들며 뭔가 좀 허전하기까지 했습니다.

  

지난 2월 참가했던 고구려 대회에서 30km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로 고생을 한 후, 장거리 훈련부족을 극복하지 않는 한 이번 동마도 힘들겠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 주는 조바심에 마음은 급했지만, 다시 기본을 다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40km 장거리 특훈을 하기로 계획한 3월 1일, 하필 이날은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렸고 수은주는 영하 8도까지 떨어졌습니다. 함께 운동하는 클럽 회원 형님 포함 총 5명이 새벽 4시반 일산 호수 공원을 출발하여 파주 출판단지를 지나 첼시아울렛 입구까지 왕복 41km의 LSD를 마쳤고, 그제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던 것 같습니다. 비록, 5'/km을 밑도는 속도였지만 몸이 기억하는 장거리 훈련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건상 주중에는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말 훈련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보통 15km를 달리는 토요 단체 훈련 때 그간 인터벌 훈련을 병행해왔고, 남은 두 번의 일요일 중 3월 6일은 뚝섬하프 대회 참가(1:37’) 및 3월 13일은 출판단지를 출발하여 헤이리 영어마을을 한 바퀴 돌고 오는 21km 구간을 대회주(1:38')로 마무리했습니다. 걱정이 조금 줄었고 자신감이 조금 늘었습니다. 이제 남은 한 주 식이요법과 함께 마무리 훈련과 휴식을 하는 것으로 대회 준비를 마치기로 했습니다.

 

작년 춘마에서 처음 접하고 기겁을 했던 식이요법 - 일요일 저녁부터 수요일 점심까지 단백질 식사(9식), 수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탄수화물 식사(10끼) - 을 이번에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탄수화물을 끊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지만, 확실히 주로에서 바나나나 쵸코파이를 찾는 일은 없죠. 화요일 오전 오후 나누어 5km씩 달리고, 수요일 저녁 10km 달리기로 마지막 남아있던 에너지를 다 털어내고 나서 탄수화물을 섭취했습니다. 이후 토요일 오전의 5km 조깅을 제외하고는 휴식을 취했습니다.

  

네 번째 동마 참가지만, 이렇게 따뜻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반바지에 싱글렛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혹시나 준비했던 세탁소 비닐은 꺼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회전부터 말이 많았던 대회 운영은 당일에도 문제가 많았는데, 평소보다 너무 일찍 문을 닫아버린 물품 보관 차량 때문에 10여분을 허비했고, 명예의 전당과 A, B 그룹 동시 출발로 인해 빚어진 주행 방해는 두고 두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출발 30분전에 네게 준비한 파워젤 중 하나를 뜯어 먹고 가벼운 워밍업과 함께 주로에 내려섰습니다. 처음으로 A그룹에 배정된 이번 대회의 목표는 330 이다. 손목에는 호기롭게 3:25' Pace표를 감았습니다. 평균 속도 4'51"/km가 되어야 가능한 기록인데, 일단 좀 멀리보고 가보려 합니다.

  

3km 지점부터 왼쪽 무릎 뒤쪽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연습 중 한번도 없던 부위라서 의아하고 통증이 커질까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였지만, 다행이 대회 마칠 때까지 더 이상의 문제를 만들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철저히 준비한 발가락 테이핑이 신경 쓰였습니다. 5km 지점부터 시작된 양쪽 발바닥 통증이 10km 지점부터는 물집이 잡혀 찢어진 듯한 느낌이었는데, 테이핑한 밴드가 말려 통증을 유발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그냥 무시하고 계속 달립니다. 초반 4'30"/km 언저리의 속도가 유지됩니다. 지난 두 번의 일요일에 있었던 하프에서 4'37"의 평균 속도를 경험했기에 일단 가는 데까지 가 보기로 합니다. 계속해서 4'40" 언더로 밀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종로에 들어서기 전까지의 세종로, 청계천 구간은 답답한 워밍업의 느낌이었습다. 게다가 원주에서 오신 여성주자 한 분이 계속 내 옆에 붙는 것이 신경 쓰였습니다. 3:20'대 주자이신 클럽 선배님 한분이 저를 추월합니다. 비로소 제 속도를 조금 실감합니다. 많이 빠릅니다. 하지만 의외로 괜찮습니다. 이후에도 몇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22km 지점 이후로 진선배님을 앞서갔던 것 같습니다.

 

땀에 젖은 상의가 등에 붙어 무겁게 느껴져 15km를 앞두고 속도를 내어 여성 주자를 떨쳐내고 종로로 들어섰습니다. 5km, 10km, 15km에서 세 개의 파워젤을 모두 섭취했고, 빈 손이 주는 가뿐함과 종로대로가 주는 시원한 청량감에 속도를 내 보았습니다. 17km를 지나면서 깜빡 다른 생각을 하다가 17.5km에 있던 응원단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멀리서 손을 흔들어 런조이 회원 봉사단들께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아직까지 몸 상태는 괜찮습니다. 매 급수 지역을 지날 때 마다 잊지 않고 한잔씩 물을 보충했고, 하프 지나서도 계속 4:35가량의 속도가 유지되고 있으며 3:25' 페이스 보다는 약 5분 이상 세이브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320도 가능하겠지만 30km 이후를 생각해야 하기에 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합니다. 군자교 지나 어린이 대공원 로터리를 돌아 성동사거리를 바라보는 경사로에 들어서며 서서히 몸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합니다. 다리가 조금 무거워진 느낌이 드는데 28km쯤 되어 갑자기 한 무리의 묵직한 발검음 소리들이 가까워졌습니다. 3:20' 페매 두 사람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앞지르고 나갑니다. 일단 지나친 욕심을 비우기로 하고 고개 위 까지는 무리하지 않고 조금 뒤쳐져 따라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제 목표는 320이 아니기 때문이죠.

 

30km 지점을 지나고 성동사거리 고개에 올라 왼편으로 돌아 나가면서 확실히 다리가 많이 무거워진 느낌이 듭니다. 왼 무릎 뒤쪽과 발바닥의 통증은 여전하고, 이제 종아리와 정강이 앞쪽에서 불길한 징후가 느껴지는 것이, 자칫 힘 조절을 조금만 잘 못했다가는 영락없이 쥐가 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게다가 갑자기 허기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낭패입니다. 지난주 실시한 식이요법으로 카보로딩은 충분하다고 믿었고, 더욱이 네 개의 파워젤까지 충전했는데 허기가 지다니… 파워젤을 너무 일찍 먹은건가? 하프지점에서 바나나를 하나 먹었어야 했나?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속도를 조금 늦추자. 지금까지 잘 달려 왔으니 35km까지는 조금 템포를 늦추어 4'50"으로 가보자'고 생각합니다.

 

속도를 조금 늦추니 매 1km 표지판이 확실히 늦게 나타납니다. 허기가 지는데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매년 이 구간(30km~35km)을 지나면서 드는 느낌은 뭔가 좀 쓸쓸하고 적막하고 시계를 뒤로 돌린 듯 한 느낌이 듭니다. 힘들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놓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5분 언더까지 밀립니다. 35km 구간을 지나며 이래선 안 된다고 다짐하며 다시 힘을 내기로 합니다.

 

이제 잠실 대교로 올라서려는데, 5km 지점에서부터 저를 앞서갔던 친구의 힘겨운 뒷 모습이 가까워 옵니다. 지난 춘마에서 싱글을 한 친구인데 올 겨울 연습이 확실히 부족했나 봅니다. 마라톤은 역시 정직합니다. 요령이 있을 수 없는 운동입니다. 화이팅과 함께 애정을 담은 등짝 스매싱을 한방 날리고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니 보도쪽에서 갑자기 못 보던 사람들이 대거 합류합니다. 10km 참가자들입니다. 길을 반으로 나누어 놓았다고는 해도 갑자기 불어난 사람들로 도로는 혼잡스럽고 앞에서 갑자기 멈춰서는 사람들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다왔다..'고 예전에 느꼈던 그 잠실대교의 느낌과는 많이 다릅니다. 힘이 많이 부치다는 증거겠죠.

 

37.5km 지점에서 있던 런조이 주로 봉사단님의 열렬한 응원과 함께 꿀물 한잔을 달게 마시고 이제 마지막 스퍼트를 내봅니다. 석촌호수 구간에 들어서면서 스퍼트를 내려 하지만, 그러나 발은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석촌 서호를 돌아 40km 지점의 신천 네거리를 향해 달리는데도 여전히 밀리는 느낌입니다. 시간은 5'10", 5'20"까지 밀립니다. '할 수 없다. 오늘은 330에 만족하자'고 다독입니다. 

 

신천 네거리를 돌면서 이제 남은 모든 힘을 쏟아 붙기로 합니다. 쥐가 나거나 체력 고갈로 퍼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구간입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힘을 짜 내어, 주법을 바꿔 한 걸음 한 걸음 성큼 성큼 스트라이드로 나아갑니다. 잠실 운동장 사거리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며, 저 앞에 보이는 주 경기장을 향해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스퍼트를 했고 경기장에 들어와 마침내 결승선을 지났습니다. 불안했던 초반 몸 상태에 비하면 선전한 편이라 자위하며 힘든 한 걸음 한 걸음을 디뎌 클럽 텐트로 돌아오고 보니, 아직 두 분 선배님밖에 안 들어오셨다는 믿기 힘든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함게 총부를 맡고 있는 형님과 라이벌 대결을 했는데, 오늘은 제가 이긴 것 같습니다..ㅎㅎ

 

애초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였고 편하게 Sub-4 한번 해 보자하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였는데 어쩌다 보니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제 인생에 있어 마라톤에 더 많은 의미와 무게가 실려가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클럽의 여러 선배/후배님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꼽아보니, 2012년 춘마 이래로 지금까지 9번의 풀코스를 뛰었는데, 앞으로 매년 4번씩 23년을 달린다면 70살에 꼭 101번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거창한 꿈이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록보다는 즐런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연습을 게을리 했다가는 즐거워야 할 주로가 고스란히 고통의 시간이 돼 버리는 것이 마라톤이다보니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330까지만 해 보자고 스스로에 했던 다짐은 일단 올 가을 중마때까지만 보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록 / 3:23' 21" (종전 최고 기록 대비 10분 44초 단축)


5 km/ 22' 56"
10km/ 22' 58"
15km/ 23' 14"
20km/ 23' 02"
25km/ 23' 40"
30km/ 24' 18"
35km/ 25' 47"
40km/ 26' 23"
42km/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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